은퇴 후의 일상은 생각보다 고요했습니다.
눈을 떠도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, 사람들과 부딪칠 일도 줄어든 나날들.
그런 날의 어느 아침,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준 영상 하나.
잔잔한 음악과 함께, 조용히 커피를 내리는 한 남성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.
‘나도 한번 해볼까?’
1. 커피 한 잔이 시작한 작은 루틴
처음 산 건 드리퍼 하나, 작은 주전자, 그리고 유리 서버.
매장에서 추천해준 ‘중배전 원두’를 따라 작은 봉지 하나 사 들고 돌아온 날,
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렜습니다.
물 온도를 재고, 분쇄한 원두를 종이 필터에 담고, 조심스럽게 물을 부어봅니다.
커피가 추출되는 그 짧은 몇 분이, 처음으로 하루의 중심이 되어준 시간이었습니다.
‘이게 뭐라고 이렇게 좋지?’
2. 홈카페, 처음엔 어렵지 않아야 한다
많은 사람들이 홈카페는 장비빨이라고 합니다.
하지만 실제로 시작해보니, 고가의 머신보다 중요한 건
얼마나 자주, 즐겁게 내릴 수 있느냐 였습니다.
- 드리퍼: 하리오 V60
- 포트: 목이 가느다란 드립 전용 주전자
- 서버: 300ml 유리 서버
- 원두: 브라질 or 콜롬비아 중배전,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
- 그라인더: 수동이면 충분, 자동은 나중에
처음부터 잘 내릴 순 없습니다.
하지만 그 어설픔도, 나만의 속도로 커피를 알아가는 재미입니다.
3. 60대, 홈카페를 하며 달라진 것
매일 아침이 기다려졌습니다.
‘오늘은 어제보다 물을 조금 더 천천히 부어볼까?’
‘이번 원두는 어떤 향이 날까?’
혼자 마시는 커피지만, 그 한 잔이 가져다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.
TV 대신 커피 향이 아침을 채우고, 단조로운 하루에 작은 리듬이 생겼습니다.
☕ 나이와 상관없이, 커피는 마음을 데운다
많은 분들이 “지금 나이에 무슨 홈카페냐”고 말합니다.
하지만,
커피는 젊음의 상징이 아니라, 삶을 향기롭게 만드는 도구입니다.
손으로 내리는 시간, 원두의 향을 음미하는 여유,
이 모든 것이 60대 이후의 삶을 더 따뜻하게 채워줍니다.
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50~60대 분들이 있다면, 주저 말고 커피 한 잔부터 시작해보세요.
홈카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.
그건 내 삶의 중심을 다시 만드는, 작은 루틴의 힘입니다.